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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6】[리뷰-연극 '대학살의 신'] 두 부부의...

[리뷰-연극 '대학살의 신'] 두 부부의 아슬아슬한 설전…지긋지긋한 인간의 위선을 꼬집다

폐부를 찌르는 블랙코미디에 폭소
네 중견배우의 빈틈없는 연기 매력

서은영 기자    2017-07-06 15:48:31    문화



17세기 한때 유럽에서 인간의 탐욕을 자극했던 튤립은 역사상 최초의 버블을 만들어낸 주범 치고는 참으로 우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을 갖췄다. 새하얀 튤립은 더욱 그렇다. 청초한 모습의 흰 튤립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누구도 그 꽃말이 ‘실연’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화병 가득 담긴 흰 튤립이 한눈에 들어오는 연극 ‘대학살의 신’ 무대에는 튤립만큼이나 아이러니한 두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11살짜리 사내 아이들. 알렝(배우 남경주)과 아네트(배우 최정원)의 아들 페르디낭이 미셸(배우 송일국)과 베로니끄(배우 이지하)의 아들 브뤼노의 앞니를 부러뜨리면서 이른바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부모의 집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화해와 재발방지 방안을 의논하는 첫 라운드는 우아하다. 뾰족한 송곳을 가식적인 말과 웃음으로 감춘 채 두 부부는 아슬아슬한 설전을 이어간다. 이어지는 라운드에선 “남편을 캐리어 끌듯 끌고 다닌다”며 불평하는 알렝과 “유모차 한 번 끌어본 적 없는 남편”에게 불만 가득한 아네트, 잘 나가는 변호사 알렝과 생활용품 외판원 미셸, 문명사회의 규범과 문명인을 숭상하는 베로니끄와 인간의 본원적 야만성을 믿는 알렝이 연달아 맞붙는다.





상대를 바꿔가며 팽팽하게 이어지는 이들의 싸움은 한없이 진지한데 지켜보는 관객들은 폐부를 찌르는 블랙 코미디에 폭소할 수밖에 없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시종일관 울리는 휴대폰 전화를 받느라 문제 해결에는 아랑곳 않는 알렝에게 환멸을 느껴 거실에 토하고 마는 아네트에 대해 인간 문명의 위대함과 고상함을 찬양하던 베로니끄는 신경을 쓰기는커녕 아끼던 책에 묻은 토사물만 닦아내느라 바쁘다. 알렝과 아네트에게 대접했던 파이는 아침에 먹고 남은 디저트였으며 거실을 장식했던 새하얀 튤립이 사실은 우아한 가정으로 가장하기 위해 미셸이 부랴부랴 사다 놓은 장식물에 불과했다는 대목에선 벗겨진 가면 속 허위의식이 고개를 든다. 극의 마무리는 군더더기 없다. 술을 마시고 흥분한 아네트가 튤립 다발을 뽑아 바닥에 내던지면서 팽팽하게 당겨졌던 용수철이 튕겨 나가듯 극으로 치닫던 감정도 공중 분해된다.



이 작품은 이미 올리비에상, 토니상, 몰리에르상 등을 휩쓴 수작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다. 탄탄한 대본에 완벽한 구성을 자랑하며 연극과 영화 두 가지 버전으로 이미 검증이 끝난 작품이란 얘기다. 이런 경우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러나 평소 한 무대에서 보기 힘든 네 중견 배우의 빈틈 없는 연기와 국내 실정에 맞춘 윤색이 어우러지며 본전을 뛰어넘는 완성도와 깊이를 자랑한다. 특히 소극장 연극에 처음 도전한 송일국은 철딱서니 없는 미셸 역을 섬세하면서도 집중력 있게 소화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곳곳에 숨겨진 상징을 발견하는 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극 중 베로니끄가 좋아하는 프랜시스 베이컨은 강렬하고 원초적인 화풍으로 인간 내면의 극단적인 암울함을 표현했던 20세기 대표 표현주의 화가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처럼 그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인간을 철저히 분해한 도살자였다는 점에서 연극 ‘대학살의 신’과 맞닿아 있다. 7월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http://www.sedaily.com/NewsView/1OIDCZ4I74

[문화리뷰] '고상한' 어른들의 '막장' 싸움, 연극 '대학살의 신'
연극 '대학살의 신' 리뷰
장기영  |  key000@munhwanews.com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애들 싸움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아주 막장스러우면서도, 주변 어디서든 보기 쉬운 아주 흔한 일이다. 흔하디흔한, 그리고 비속하고 천박한 이 싸움의 전개과정을 연극 '대학살의 신'은 얼마나 진부하지 않게 풀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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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두 소년 브뤼노와 페르디낭의 싸움이 일어났다. 페르디낭에게 맞은 브뤼노는 치아 2개가 부러지고, 이들의 부모는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의논하고자 모였다. 연극은 브뤼노의 부모 미셸(송일국)과 베로니끄(이지하), 페르디낭의 부모 알렝(남경주)과 아네뜨(최정원)가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미셸과 베로니끄의 집 거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들의 '의논을 가장한 싸움'은 90분간 리얼타임으로 관객들에게 생중계된다.

'이성적이고 우아한' 어른들은 처음에는 아주 상식적이고 고상한 언어와 주제로 대화를 전개한다. 폭력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페르디낭이 당연히 잘못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극이 중반을 거쳐 후반으로 갈수록 어른들은 이성적이지 않다. 이들은 지극히 사소하고 경박한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일에만 몰두하며 가정은 내팽개친 '알렝', 그는 아이들이 '야만적'이기 때문에 싸움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가정적이고 심약한 심성의 '아네뜨'는 아이들 간의 싸움이 일어난 원인을 보자며, 브뤼노를 '비겁한 사람'이라 지적한다. 인류의 문명을 굳게 믿으며 논리적인 것에 집착하는 '베로니끄'는 끝까지 페르디낭을 용서하지 못한다. 무던한 성격을 가진 '미쉘'은 이 일들이 좋게 끝나길 바라지만, 결국 '남자 아이들 간의 싸움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번 경우의 일은 당연하지 않다'는 자기모순적인 말을 내놓는다.



이들의 말싸움은 무차별적이다. 네 어른들은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얼마간의 동맹을 맺었다고 방심할 수 없다. 이 난장판의 싸움에서의 진영은 '나'와 '내가 아닌 존재'로 나뉠 뿐이다. 아이들의 싸움을 주제로 시작된 대화는, 부부 관계에 대한 불만, 문명과 야만을 인식하는 각자의 가치관 차이, 딸의 애완동물을 내다 버린 행동에 대한 힐난 등 일상적인 것들로까지 주제가 옮겨간다.  

교양을 중시하는 중산층 학부모들이었건만 이들의 대화는 점차 천박해진다. 재밌는 것은, 이 싸움의 전개방식이 산만하고 부산하게 일어나는 듯하지만, 짜임새 있고 공감이 가는 주제로 발전된다는 것이다.

연극은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인간의 본성을 과연 '교양', '이성', '고상한' 그 무엇들에 두는 게 가당하냐는 것이다. 아네뜨와 베로니끄는 아주 우아하고 청아한 목소리로 서로에게 듣기 좋은 말을 나열하다가, 이후에는 괴성과 구토, 욕설을 지껄인다. 알렝과 미쉘은 점잖고 호방한 언어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갈수록 비난과 인신공격, 술주정을 주된 언행으로 삼는다.



진부한 소재와 제한적인 시공간이라는 이 불안한 요소들은, 네 배우가 가진 각각의 에너지가 얼마나 대단한 수준의 것인지 여실히 드러나게 하는 장치들이 됐다. 최정원은 '남경주 배우와 온전한 부부로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고백하지만, 남경주와 최정원의 부부 역할로서의 호흡은 단단했다.  

또한 송일국은 그 동안의 역할들과는 달리 투박하고 아둔한 캐릭터를 맡아 극 초반에는 다소 어색한 공기를 내뱉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미쉘의 투박한 성격을 아주 능글맞게 그려냈다. 한편, 압도적 존재감을 발했던 배우는 단연 이지하다. 배우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공연 환경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논리 정연하던 베로니끄가 야만적인 성격을 드러내기까지, 연극이 사실적인 인간성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준 배우였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key000@munhwanews.com 사진ⓒ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http://www.munh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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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리뷰]'대학살의 신' 어른이 만든 난장판, 본성과 민낯이 보여주는 부끄러움
기사입력 2017. 07. 23 16:59



[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남경주,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 말이 필요 없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연기 내공 갑(甲) 배우들이 펼치는 설전은 마치 블랙홀 같다. 쫀쫀하게 대사를 주고받으며 빈틈없는 공기를 채워가는 네 사람의 연기는 배우와 캐릭터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생생한 현실감을 선사했다.

지난 6월 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대학살의 신'이 7월 23일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알렝 역 남경주-아네트 역 최정원, 미셸 역 송일국-베로니끄 역 이지하, 이 캐스팅 발표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은 제목부터 흥미를 끌었다. '대학살의 신' 영문 제목은 'GOD OF CARNAGE.' '대학살(Carnage)'라는 섬뜩한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연극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학살의 신' 이야기는 알렝-아네트 부부와 미셸-베로니끄 부부의 11살 동갑내기 아들 페르디낭과 브뤼노의 작은 싸움으로부터 시작된다. 두 아이는 놀이터에서 투닥거리다가 싸움을 한다. 브뤼노는 페르디낭에게 맞아 이빨 두 개가 부러지게 되고 이에 네 사람은 한자리에 모인다. 처음에는 교양과 매너로 무장한 채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성숙하게 해결 방법을 찾아가던 두 부부는 결국 유치찬란한 설전을 시작하며 본성과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의 싸움에 관해 이야기하던 두 부부는 본색을 드러냈다. 서로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삿대질은 기본, 물건을 던지고, 욕을 하며 육탄전까지 펼쳤다. 마치 '대학살의 신'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처참한 형국을 맞이한 네 사람은 지성인인 척 가식으로 자신을 포장했던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인 '대학살의 신'은 이러한 인간의 위선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이기심, 폭력성과 같은 파괴적인 욕망으로부터 자라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아이들로 시작된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어버렸다. '대학살의 신'은 두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바탕에 깔린 관계, 소통, 본색, 가식, 본질, 이기심, 사회적 이미지 등 다양한 키워드는 꼭 학부모를 거치거나 그 나잇대의 관객이 아니라더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짜여졌다. 더불어 내 편도 네 편도 없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설전 덕분에 흥미진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작품 속 인물 캐릭터는 실제로 주변에서 찾을 수 있을 법한 인물이라 더욱 공감대를 높였다. 알렝(남경주 분)은 돈과 권력을 밝히는 전형적인 속물 변호사다. 아이들 싸움에는 관심도 없는 그는 휴대폰를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지독한 워커홀릭이다. 알렝의 아내 아네트(최정원 분)는 외적으로 럭셔리하고 교양있는 여성이다. 평범한 주부인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만 받는 남편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났다. 상냥하고 고상한 척 자신을 꾸몄지만 술에 취해 불만을 토로하거나 남편의 핸드폰을 꽃병에 처박고, 급기야 꽃병의 백합을 뽑아 던져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제멋대로의 파괴의 신이다.

미셸(송일국 분)은 노력하는 공처가이자 엄마에게 착실한 마마보이다.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자인 그는 세 사람 사이에서 중재하려 노력하지만 딸의 햄스터를 버린 것에 대해 아네트와 베로니끄가 몰아세우자 결국 울분을 터뜨리며 본성을 드러낸다. 베로니끄(이지하 분)는 아마추어 작가로 자신만의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세계의 안녕과 평화를 꿈꾸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타인의 의견을 억누르고 조율하려 하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다. 똑바른 말만 할 것 같은 그녀였지만 본색이 드러난 베로니끄는 탁자를 밟고 올라가 미셸에게 헤드록을 거는 등 육탄전을 선보여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실 입장해서 본 공연장 분위기는 특별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객석에 앉아 연극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런 환경에 세대가 다른 이들이 과연 하나가 되어 작품에 공감할 수 있을까 우려됐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대학살의 신'은 특정한 나잇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민낯 그리고 교양이라는 가면 속에 가려진 인간 근본의 가식, 위선, 허상, 유치함과 치사함을 드러냈다. 두 부부의 에피소드를 보며 폭소하고 있지만 관객이 마주하는 것은 결국 저런 상황 속에 있던 혹은 평소 언젠가의 내 모습인 것이다.

2010년 국내 초연된 연극 '대학살의 신'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이다. 토니 어워즈(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어워즈(최우수 코미디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의 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대학살의 신'은 한국 초연 당시 대한민국 연극대상(대상, 연출상, 여우주연상)과 동아연극상(여우주연상) 등 국내 권위 있는 연극제 주요부문 상을 모두 휩쓸었다.

짜임새 짙은 이야기 구성과 배우들의 섬세한 심리 표현과 팽팽한 설전은 극을 쫀쫀하게 만들며 재미와 더불어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연극에서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카타르시스를 체험할 수 있는 '대학살의 신'은 7월 2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사진 제공=신시컴퍼니)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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