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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他] 【2011-03-01】강력반의 박세혁 송일국 우리가 이 남자에


<강력반>의 박세혁, 송일국

우리가 이 남자에 대해 모르는 몇 가지


언제나 반듯하게 주어진 영역 안에 색을 칠하던 남자는 어느 순간 거침없이 색연필을 놀리기 시작했다. 느슨하게 손목에 든 긴장을 빼고,선을 넘어가는 것 따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모범답안대로 칠하는 건 지루하다는 듯 그렇게 색칠을 하기 시작했다. 색칠 공부에 연기를 비유한다면,또 그게 가능하다면, <강력반> 송일국의 연기를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우해미(《플레이빌》 에디터) 사진 박현진



연극배우 송일국
어떻게
지냈나요? 작년 여름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나는 너다> 끝내고 포상받은 달달한 휴가라면 휴가였을텐데.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주로 운동하면서 보냈어요. 다른 일 때문에 밖에 잘 안 나가게 되더라고요. 올겨울은 특히 춥기도 엄청 추워서.

공연 보러 갔을 때 제 바로 앞줄에 김을동 선생님이 앉아 계시더라고요. 어, 연극 보셨어요? 그게, 전체 공연 횟수를 100번으로 치면 어머니는 아마 80번 넘게 관람하러 오셨을 거예요.(웃음)

첫 무대인데 더블 캐스팅도 마다하면서 열정으로 매달린 작품이라고 들었어요. 출연 제안은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 전에 받았는데, 마음을 굳힌 건 <신불사> 후예요. <신불사> 때 연기보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에치중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보이는 면이라면 그 유명한 ‘식스팩’ 복근이요?(웃음) 캐릭터에 어울리는 외형을 갖추는 것도 인물에 빠져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그게 맞잖아요? 제목은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인데 뱃살 축 처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좀 우습고. 그런데 몸매나 머리 모양 같은 부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고 나니 제 부족한 연기가 보이는 거예요. ‘지금까지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연기했구나… 그동안 시키는 대로만 연기했구나. 내가 만든게 아닌.’ 그런 뒤늦은 깨달음이랄까요.

연극이 좋은 기회였겠어요. 제가 언제 박정자 선생님, 윤석화 선배님 같은 연극계의 거장들과 함께 작업해 보겠어요. 이건 꼭 잡아야 한다는 감이 왔고, 결과적으로 많이 배웠죠.

예를 들면요? 대본을 대하는 자세부터 달라졌어요. TV 드라마 작업할 땐 대본 분석은 고사하고 짜 놓은 스케줄대로 한컷 한컷 소화하기 바빴죠. 연극은 달랐어요. 단어 하나를 놓고도 하루 종일 고민하고, 지문 하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일단 막이 오르면 틀린 부분을 자체 편집할 수 없기 때문에 저 스스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여야 하거든요.
그동안 해 오던 방식과 달리 호흡이 긴 작업을 하려니 부담도 컸겠어요. 스트레스가 말도 못했죠. 무대에 서는 순간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노출되니까. 완벽하게 작품을 이해하고, 또 그걸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거짓말 안 하고 정말 죽도록 연습했어요. 그렇게 몇달 트레이닝하고 나니까 이제야 연기를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그 많은 대사를 모두 외웠다는 게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예전에 대본 볼 땐 지문 부분은 한번 쓱 읽고 다시 쳐다보지도 않았거든요.지금은 오히려 지문만 있는 장면이 어려워요.


형사 박세혁 vs 배우 송일국

기 생활의 터닝포인트를 경험한 만큼 TV 드라마 <강력반>이 더욱 기대되는데, 사실 <신불사> 이후 차기작으로 영화를 하고 싶어 했잖아요. TV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와 그중에서도 <강력반>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해지는 시점인데요. <강력반> 제의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영화는 결정됐어요. 촬영 시기는 7월에서 9월 정도로 잡혀 있고요.아직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 확실하게 말하긴 이르지만<선생 김봉두>의 차승원 씨가 맡은 역할과 비슷한 캐릭터예요. 왠지 좀 껄렁하고, 보고 있으면 웃음 나는.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송일국이라는 배우 이미지와 조합하기 쉽진 않은 캐릭터인데요. 주인공으로 의외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을 찾고 있던 영화 제작자분들이 마침 <나는 너다>를 보고 모험을 한 거죠. 안중근 그리고 정신적 기복이 심한 안중근의 아들 안중생 역할까지 1인2역을 하는 걸 보고 ‘저 친구면 딱이겠다’ 싶었대요. 근데 영화 촬영 전, 스케줄이 비는 시점에 <강력반> 제의가 들어왔어요. 대본을 봤는데 지금까지 해 온 역할과 앞으로 할 역할의 딱 중간 지점인 거예요.

탐났겠어요. 그럼요. 사실 남자들한테는 형사 역할이 로망 아니겠어요.
촬영할 때 보니까 껄렁한 분위기가 제법 몸에 착 달라붙었던걸요. 이번에 맡은 박세혁이라는 캐릭터가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사라면서요.한마디로 정의감에 불타는 다혈질 형사. 사고로 딸을 잃으면서 형사가 된 사연을 가진 인물이에요. 상황 때문에 성격이 거칠게 바뀐 사람이죠. 식물을 사랑하고 마술과 탈춤으로 학생들을 편하게 해 주던 교사라는 과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사물이다 보니 액션 장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할 것 같은데 배역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요? <신불사> 때는 몸 만드느라 근 1년간 닭 가슴살만 먹으며 고생했잖아요.촬영 초반이라 아직 본격적인 액션 신 촬영은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액션 장면이 자주 등장해요.그렇다고 따로 배운 건 아니고요. 이번 작품은 강력반 형사 박세혁이 겪는 감정부터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요. 안해본 캐릭터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살리는 게 우선 목표예요. 멋진 척하기보단 다양한 표정도 살려 보고.

검거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다혈질 성격 때문에 고소에 휘말리는 박세혁처럼 실제 생활에서 성격 때문에 억울한 적은 없었어요? 과묵해서 오해를 사는, 뭐 그런 거요.요즘에는 현장에서 너무 장난을 쳐서 문제예요.(웃음) 원래 제가 사람들한테 먼저 다가가는 넉살 좋은 성격이 아니에요. 근데 덩치 큰 사람이 가만히 있으니까 의도와는 다르게 어렵고 무서워하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상대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말도 붙이고 좀 그랬거든요. 그렇게 몇 년 지나다 보니까 이게 진짜 제 성격처럼 되더군요. 얼굴 자체가 진지하게 생겨서 바보짓 한다고 또 바보처럼 보는 사람도 없어요. 그러니 짓궂은 행동도 마음 놓고 하죠.





<강력반>은 내가 원하던 드라마

얼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굳이 나누자면 진지한 얼굴이라 장난스러운 색깔을 입힌다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잖아요. 혹시 배우로서 얼굴에 대한 불만은 없어요? 장동건 씨는 잘생긴 얼굴이 폭넓은 배역의 걸림돌이라고도 하던데요. 제가 장동건 씨만큼 미남형이 아니라 그런 고민은 한 적 없고…. 그런데 생긴 게 진지해서 표정 연기를 할 때 근육을 이리저리 많이 움직여도 오히려 과장돼 보이지 않아 좋던데요.

또 그렇게 되나요?(웃음) 현장 분위기 메이커 말고 이번 작품에서 이건 송일국,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부분이 있다면요? 글쎄, 체력?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감독님들이 가장 좋아한 부분이 강인한 체력이에요. 어떤 스케줄도 군말 없이 다 소화하니까.

배우한테는 큰 복이죠. 그러게요. 사극 찍다가 현대극 찍으면 장난하는 거 같거든요. 물론 과장이지만 그만큼 사극은 체력 소비가 엄청나요. 어우, 지금은 천국이에요.
조금 잔인한 말이지만 최근작들은 성취도가 좀 떨어진 게 사실이에요. <강력반>에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높은 시청률? 대박? 이런 건 바라지도 않아요. 촬영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거든요. 연출과 카메라 감독 그리고 스태프들의 열정이 대단해요. 그래서 저도 덩달아 일이 재미있고 결과가 어떻든 일단 제가 행복하니까. 이런 마음이 작품에 잘 녹아서 시청자들한테 전달된다면 시청률도 자연히 오르지 않을까요.

진짜예요? 좀 진부한데요.(웃음) 정말이에요. 처음에는 김승우 씨가 캐스팅됐다고 해서 더 관심 있게 생각했지만, 이렇게 좋은 여건에서 촬영할 수 있을 거라곤 예상도 못 했어요. 건강 때문에 아쉽게 하차하긴 했지만.

좋은 여건이요? 아, 알렉사 카메라 얘기죠?네. 드라마에서는 국내 최초로 사용하는 카메라예요. 결과물은 좋지만 촬영은 수월하지 않아요. 워낙 섬세한 녀석이라 포커스 맞추기도 힘들고, 또 줌 기능이 제한적이라 가까이 찍으려면 카메라 전체가 움직여야 해서 촬영 시간이 보통 카메라에 비해 배는 걸려요. 그래서 배우들이 그렇게 반기는 카메라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전 잠 안 재우고 찍어도 좋으니 이걸로 촬영해 달라고 하고 싶거든요. 힘들어도 작품의 질을 높이려고 다들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에서 일하니까 그게 행복한 거예요. 어제 세트도 보고왔는데 그게 예술이더라고요.


영웅 이미지는 양날의 검

<강력반>이 욕망의 특별 구역인 ‘강남’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 정도로 알고 있는데, 어떤 작품이에요?사회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강남이라는 곳이 흥미로운 지역이잖아요. 아이돌과 한류로 대표되는 연예 비즈니스와 8학군, 텐프로와 호스트바, 부동산 재개발과 성형, 명품과 패션 등 강남만이 가지는 특수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을 통해 우리의 자화상을 이야기해요.

동감되는 부분이 많던가요? 사실 현장감을 느끼고 싶어 첫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하루 동안 강남경찰서에서 당직 근무를 섰어요. 근데 이건 뭐 날이 너무 추워서 사건도 안 터지는 거예요.

불행인가요, 다행인가요? 결과적으로는 덕분에 형사들과 많은 시간 얘기를 나눴죠. 형사들이 겪은 황당한 사건을 들으면서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 게, 일을 하다 보면 거칠어질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사건 일지라는 거 있죠? 읽다 보면 너무 화나고 억울한 사건이 많아요. 진짜 범인을 잡고 싶을 만큼.

정의를 지키는 형사가 어떻게 보면 현대판 영웅이잖아요. 그동안 많이 받은 질문이겠지만필모그래피는 늘어나도 캐릭터는 한결같은 느낌이에요. <애정의 조건> 나장수,<작업의 정석> 서민준 등 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주몽>에서 이어져 온 영웅 이미지가 강해요. <신불사>도 제목만 보고 ‘송일국, 또 영웅하네?’ 했지만 사실 내용은 영웅하고 거리가 멀잖아요. 자기 아버지 복수하는 데 그게 어떻게 영웅이겠어요. 얼마 전 한혜진 씨가 한 인터뷰에서 그러더라고요. 아직도 ‘소서노’로 불린다고. 그런 거죠.

적당한 비유네요. 근데 배우가 평생 큰 작품의 타이틀을 맡기가 쉽지 않거든요. 큰 사랑까지 받는다는 건 진짜 천운을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영웅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것도 정말 영광이죠. 제가 아주 고맙게 생각하는 게 작품이 잘돼서 고구려사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이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특히 드라마가 외국에서 인기 있는 것, 그거 중요해요. 우리는 보통 그래 봤자 후진국에서 인기 있는 거 아니냐고 하잖아요. 물론 선진국에서 인기가 높으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저개발 국가 국민들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나라에대해 우호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나중을 보면 더 큰 수익이라고 봐요.





의외의 남자, 송일국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데뷔 때 사진부터 최근 사진까지 쭉 찾아봤어요. 나이 들수록 매력적인 얼굴 같은데 그만큼 연기폭도 넓어질 것 같지 않아요?
정말요? 나이 들수록 매력적인 배우. 그거 정말 제 꿈이에요.

그럼 하고 싶은 배역 있어요? 에이, 그런 거 없어요. 들어오면 다 하는 거죠. 어떤 인터뷰를 해도 원하는 배역을 묻는데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에요. 그런 직업군을 가진 사람에게 원하는 배역을 물어보는 건 잘못된 질문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요? 회갑을 넘긴 우리나라 배우 중 머리에 바로 떠오르는 섹시한 배우 있어요? 아, 이거 되게 오해로 들리겠는데요?(웃음) 제가 궁금한 건 숀 코너리같이 나이가 들어서도 섹시한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가 왜 우리나라 에는 없느냐는 거죠. 저 자신이 나이가 들어서도 섹시해져야 배역이 들어오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부터 꾸준히 관리하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말수가 적을 것 같은데 또 할 말은 시원하게 하고, 진지해 보이다가도 굉장히 엉뚱한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이 들으면 귀가 확 열릴 만한 송일국의 의외성이 아직도남았나요? (휴대폰 사진첩을 보여 주며) 아, 이런 거 공개해도 될까요? 제가 테이블 웨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거 제가 다 세팅한 거예요. 예쁘죠? 남들은 옷 사고 가방 살 때 전 테이블보 묶을 때 쓰는 액세서리 같은 것 사요.


(2011년 KBS저널 3월호)

http://journal.kbs.co.kr/broadcasting/view.php?ch=&log_no=4323&page=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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